AI 시대의 권력과 우위는 사회적역량에서 결정된다
미국 랜드(RAND)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국가들의 새로운 시대: AI 시대의 권력과 우위(A New Age of Nations: Power and Advantage in the AI Era)'는 현재의 인공지능(AI) 경쟁에 대해 매우 파격적인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반도체 확보와 알고리즘 고도화라는 '기술적 군비 경쟁'에 매몰되어 있으나, 결국 승패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이를 수용하는 사회적 역량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1. AI 기술 경쟁의 역설: 상용화의 함정
현재 글로벌 AI 경쟁은 누가 더 거대한 컴퓨팅 파워를 보유하고, 누가 더 정교한 모델을 만드느냐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랜드연구소는 AI 기술이 과거의 전력(Electricity)이나 인터넷처럼 급격히 상용화(Commoditization)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즉, 특정 국가가 기술을 독점하는 기간은 매우 짧을 것이며,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술은 결국 국경을 넘어 확산되며, 모방과 추격이 빨라지는 시대에서 '어떤 기술을 가졌는가'보다 '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녹여냈는가'가 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보고서는 기술적 하드웨어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적 기반, 즉 사회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 기술 우위를 넘어서는 '사회적 요소'의 힘
보고서는 미래 AI 경쟁의 승부를 가를 핵심 요소로 세 가지 사회적 역량을 꼽는다.
첫째는 '인적 자본과 교육의 유연성'이다. AI는 단순히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성격 자체를 재정의한다. 이때 경직된 교육 시스템을 가진 국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에 맞춰 노동력을 빠르게 재교육하고 배치할 수 있는 사회적 유연성이 국가의 실질적인 생산성을 결정하게 된다.
둘째는 '제도적 수용성과 규제 혁신'이다. 기술 발전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사회적 갈등만 증폭된다. AI로 인해 발생하는 윤리적, 법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정교한 거버넌스를 구축한 국가가 결국 승기를 잡는다. 이는 단순한 법 제정을 넘어, 사회 구성원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치적 역량과 직결된다.
셋째는 '사회적 신뢰와 결속력'이다. AI가 생성하는 허위 정보와 알고리즘에 의한 양극화는 사회적 신뢰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공동체의 결속을 유지하고 기술을 공공의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두터운 국가가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가 된다.
3. 국가들이 주목해야 할 미래 전략
앞으로 각국 정부는 'AI 모델 개발'에 쏟는 예산만큼이나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여야 한다. AI가 가져올 경제적 이익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재분배 시스템의 정비, 그리고 AI와 공존하는 인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 마련이 시급하다.
결국 AI 시대의 권력은 가장 빠른 칩을 가진 국가가 아니라, 가장 영리하고 탄탄한 사회 시스템을 가진 국가에게 돌아갈 것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사용하는 손인 '사회적 역량'이 미래 경쟁의 본질임을 인식해야 한다. 인공지능 이후의 시대는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사회적 가치'가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